2008. 6. 27. 11:28

'교원 정년연장'안된다(20011115 경남도민일보)

그저께 나이 드신 선배 교사 분이 교실에 서명용지 하나를 들고 오셨다. 마침 딴 일을 하고 있었던 참이라 웬만한 일이면 서명을 해드리고 하던 일을 서두를 요량으로 펜을 찾으며 건성으로 “무슨 서명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제목대로 교원 연금법 개정이 어쩌구저쩌구…” 하시다가 “교원 정년 환원도 있고…”라며 얼버무리시는 것이었다. ‘교원 정년환원’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서명용지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더니 연금법 개정 서명지에 결의문이 첨부되어 있었고, 결의문의 두번째 항목이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환원할 것을 주장하며, 야당의 ‘63세 연장안’도 거부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하는 서명운동인가 싶어 뒤적였더니 교총도 전교조도 아닌, 이름까지 생소한 ‘삼락회’인가하는 단체에서 하는 일이었다. 삼락회는 저들의 설명대로 퇴임한 교원, 그것도 전직 교장들이 중심이 된 단체인 모양이다. ‘별 희한한 모임들까지 제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구나’여기며 서명한 내역을 보았더니 교장을 비롯해서 벌써 열 명이 넘는 교직원들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었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저는 옛날부터 교원 정년 단축을 주장했던 사람이고, 당연히 교원정년 환원에 반대합니다”라며 서명을 하지 않고 그 선배교사를 돌려보냈다. 곧이어 어느 자리에서, 전교조 후배 교사에게 “무슨 내용인줄 알고 서명했느냐.”고 했더니 “교원 연금에 관한 내용 아닌가요.”하며 되묻는 것이었다. “이 사람아. 서명의 명목은 그렇지만, 결의문은 교원노조인정으로 교육이 황폐화되었고, 교원 정년을 65세로 환원하자는 내용도 들어있어”라고 했더니 가슴을 치는 게 아닌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교원 정년연장’은 안 된다. 교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이건 후안무치한 주장이다. 교원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다시 한 번 교원의 자질과 인격을 의심받게 할 짓이다. 구조조정의 된바람 속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거리를 헤매며 희생과 고통을 당했는가를 상기한다면, 국민들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원으로서 이건 차마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원들의 정당한 주장까지 기회주의적이고 조직 이기주의적인 것으로 비쳐지는 상황에서 ‘정년 환원’이 이루어진다면, 교권 확립이 아니라 국민들 속에서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교권 추락’을 겪게 될 것이다.

새삼 되새기건대, 교원정년 단축은 불과 두 세 해 전, 아이엠에프 극복 과정에서 다른 여느 부분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온 국민이 당하는 구조조정의 고통의 와중에서도 끝내 우격다짐으로 당초 정부의 ‘60세안’을 후퇴시켜 ‘62세’에 붙들어 매놓고서, 정권의 위력이 살아있을 때는 잠자코 있다가, 집권후반기의 레임덕으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다시 ‘65세’라니, 이건 정권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이 정권이 많은 실정을 했더라도 국민들의 대부분은 '교원 정년 단축'만은 잘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이에 반발했던 사람은 정년을 앞두고 있던 교장들일 뿐이었지, 일반 교사들 대부분은 정년단축에 찬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다른 부분은 몰라도 교원 정년 단축 3년으로 교직은 3년만큼 젊어졌고, 앞으로 2년을 더 줄인다면, 교직은 그만큼 더 젊어지고 활기를 띨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교육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아직도 낡은 제도와 낡은 생각, 낡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학교장들이다. 그리고 교원수급 문제, 특히 요즘 논란을 빚고있는 초등교사부족현상도 정년 단축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이는 정부가 학급수 감축의 무리한 강행책을 거두고, 연차적이고 순리적으로 조정해나간다면 충분히 해소될 일이기 때문이다.

교원정년 환원을 주장하는 자들은 교육계 전체를 욕 먹이고, 교육발전을 저해할 주장을 당장 거두기 바란다. 그리고 야당도 눈앞의 표만 의식하는 근시안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이미 국회에 상정한 교원정년 연장안을 철회하기 바란다. 장기적으로 보이지 않은 더 많은 표를 잃을 것이기에 하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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